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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1] 오페라 정원 <피가로의 결혼> | 풍자와 유머로 엮어 낸 발칙한 결혼 대소동
성남문화재단이 2026년 ‘오페라 정원’ 시리즈 두 번째 무대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선보인다. 2020년과 2021년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오페라 정원’은 무대 장치와 의상을 간소화하는 대신 음악과 드라마의 본질에 집중한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다. 출연자들이 지휘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만큼 작곡가가 악보에 심어 놓은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선과 밀도 높은 사운드를 한층 생생하게 전달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젊고 유능한 성악가들을 발굴해 무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오페라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선례를 남겼다.
글 유윤종 음악 칼럼니스트
2022년 성남아트리움에서 공연한 콘서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한 장면 ⓒ최재우
<피가로의 결혼>(1786)은 <돈 조반니> <마술피리>와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목록 중에서도 가장 앞줄에 놓이는 작품이자 18세기 유럽 지성사가 도달한 가장 높은 예술적 결실 중 하나로 꼽히는 걸작이다. 오늘날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 오페라는 당대 유럽 사회의 모순에 대한 따끔한 풍자와 함께 시대를 관통하는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신분과 계급의 갈등이 용서와 사랑의 화합으로 수렴되는 결말은 갈등과 폭력이 만연한 이 시대에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3막 수잔나와 백작부인이 부른 ‘편지의 이중창’은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삭막한 교도소를 자유의 선율로 가득 채운 그 노래다. 그 외에도 피가로의 아리아 ‘더 이상 날지 못하리’ 케루비노의 아리아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등 수많은 명선율이 여러 광고와 영화, 드라마를 수놓고 있으며 이 오페라의 서곡도 영화 <킹스 스피치>를 비롯한 여러 대중문화 속에 중요한 밈(meme)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모차르트가 이 오페라를 쓰기 2년 앞서 1784년 파리에서 초연된 보마르셰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은 당시 프랑스 사회를 지탱하던 구체제(앙시앵 레짐)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작품이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하인이 주인을 조롱하는 모습을 당당히 표현했고 귀족의 부도덕함을 고발했다. 결국 이 연극은 5년 뒤 터지는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도화선 역할을 했다. 나폴레옹이 이 작품을 두고 “이미 일어난 혁명”이라고 평한 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이번 공연은 특히 한국 오케스트라 지휘 무대의 전면에서 활동하는 젊은 거장 홍석원과 섬세한 감각의 엄숙정 연출가, 국내외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한 주역 성악가들로 더욱 시선을 모은다.
홍석원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롤 주립극장 수석지휘자로 일하며 유럽에서 먼저 역량을 인정받은 지휘자다.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특히 모차르트 작품의 해석에서 탁월한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무대에서도 모차르트 오페라가 요구하는 투명한 질감과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템포 및 강약 설정을 통해 한경아르떼 필하모닉과 함께 최고의 밑받침이 되어 줄 것이다.
오페라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연출을 연마한 엄숙정은 작품의 고전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현대적 감각의 소통을 가미하는 데 능하다고 평가받는 연출가다. 원어인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관객에게도 음악적 호흡과 연기만으로 충분히 극에 숨은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인물 간의 뒤얽힌 관계를 한결 명료하게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피가로 역 바리톤 김종표, 수잔나 역 소프라노 박소영, 알마비바 백작 역 바리톤 강형규, 백작부인 역 소프라노 김은희, 케루비토 역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타이틀 롤이자 이 오페라의 중심인 피가로 역을 맡은 바리톤 김종표는 유연한 음색과 탁월한 극적 표현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활기차고 기지 넘치는 ‘서민의 영웅’ 피가로에 필요한 인간의 불안, 따뜻함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세밀하게 표현할 것을 기대한다.
피가로의 신부인 수잔나 역의 소프라노 박소영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모차르트 <마술피리> 밤의 여왕 역으로 출연하는 등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기량을 입증해 왔다. 수잔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영리하고 생기 넘치는 캐릭터다. 박소영의 밝고 명징한 음색이 배역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기대할 만하다.
알마비바 백작 역의 바리톤 강형규는 경희대 성악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내외 수많은 무대에 출연해 친숙한 얼굴이다. 베로나 야외 오페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만큼 권위적이면서 욕망에 솔직한 인물 알마비바의 극적 무게를 실감 나게 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심 속에서 내면의 깊이를 표현하는 백작부인 역은 소프라노 김은희가 맡는다.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쌓아 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매력인 서정적인 감성과 안정적인 고음역을 펼쳐 보일 것이다.
‘바지 역할’인 사춘기 열정소년 케루비노는 메조소프라노 김정미가 맡았다. 라우리 볼피 콩쿠르 특별상, 제네바 국제 콩쿠르 2위 등 여러 콩쿠르에서 빛나는 성적을 거뒀으며 해외 활동 시절 이미 <피가로의 결혼> 케루비노 역을 포함한 여러 모차르트 오페라에 출연했다. 사랑의 설렘과 혼돈을 터져 나갈 듯 표현하는 케루비노에 그의 따뜻하고 유연한 음색은 적역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했듯이 이번 공연은 지휘자 홍석원의 투명하고 정교한 해석과 엄숙정 연출가의 섬세한 터치, 검증된 성악가들의 완숙한 가창으로 잊지 못할 초여름 저녁을 선사할 것이다. 백작 저택 정원에서 숨바꼭질이 펼쳐지는 이 오페라의 4막도 아마 대기에 달큰한 꽃향기가 퍼지는 늦봄 또는 초여름의 저녁이 배경이었을 것이다. 6월 5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 울려 퍼질 모차르트의 섬세한 선율이 인간의 내면세계를 정묘하게 파헤치는 마법의 시간을 만들어 낼 것을 기대한다.
오페라 정원 <피가로의 결혼>
일시 | 6월 5일(금) 오후 7시 30분
장소 |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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