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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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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1] 오페라 정원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아름다운 간주곡 뒤에 드러나는 불꽃같은 치정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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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니의 단막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만큼 아름다운 관현악 소품이 과연 얼마나 될까? 봄날의 따사로운 정취를 묘사하듯 시작해, 이윽고 격정적인 주선율이 울려 퍼지면 삶의 감격에 휩싸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이 곡이 포함된 오페라 내용은 그렇지 않다. 시칠리아의 가난한 마을을 배경으로 처절한 치정 살인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유형종 음악 칼럼니스트

 

루이지 모르가리(Luigi Morgari, 1857~1935),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한 장면, 1891. 당시 관습에 따라 알피오가 투리두의 귀를 깨물어 결투를 신청하는 순간을 그렸다.

 

투리두는 주점을 운영하는 루치아의 아들이다. 롤라라는 처녀를 사랑했지만, 군대에 간 사이 롤라는 마차 운송업자인 알피오와 결혼한다. 제대한 투리두는 산투차를 새로 사귀어 결혼까지 약속하지만, 다시 접근한 롤라의 유혹에 넘어가 산투차를 멀리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오페라가 시작되기 이전 상황이다.

부활절 아침, 멀리서 투리두의 연가(戀歌)가 들려오며 오페라가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들고 성당 종소리와 함께 부활절 분위기가 감돈다. 산투차가 루치아를 찾아와 어젯밤 투리두의 행방을 묻지만, 루치아는 아들이 술을 사러 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앞을 지나가던 알피오는 투리두를 자기 집 근처에서 보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성당에 들어간 후 산투차는 루치아에게 그가 다시 롤라를 만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곧 투리두가 나타나자 산투차는 격렬한 질투와 슬픔 속에 그를 붙잡아 따진다. 투리두는 화를 내며 부정한다. 그 순간 롤라가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자 투리두는 그녀를 따라 성당으로 들어간다. 절망한 산투차 앞에 알피오가 나타나자 그녀는 롤라와 투리두의 관계를 폭로하고 만다. 미사가 끝난 뒤 투리두와 마주친 알피오는 모욕감에 젖어 결투를 신청한다. 투리두는 상황을 모르는 엄마에게 산투차를 대신 돌봐 달라고 부탁한 뒤 사라진다. 잠시 후 투리두가 결투에서 죽었다는 외침이 마을 여인들의 비명과 함께 울려 퍼지고, 산투차와 루치아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부활절과는 극히 대조적인 비극이요, 카타르시스가 아닌 충격적 전율이다! 간주곡은 부활절 미사가 펼쳐지는 동안에 연주된다. 단막 오페라이므로 간주곡이 막간이 아닌 막 중간에 나오는 희귀한 경우이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감지하지 못한 폭풍전야의 평화에 가깝다. 제목은 ‘시골의(Rusticana) 기사도(Cavalleria)’로 번역할 수 있는데, 귀족적인 기사도 대신 시칠리아 시골에서 통용될 법한 거칠고 원초적인 명예 규범을 의미한다.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1863~1945) / Bushnell, San Francisco, Courtesy of Library of Congress, 1903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의 항구 리보르노가 고향인 피에트로 마스카니(1863~1945)는 밀라노 음악원 시절 다섯 살 연상의 푸치니와 같은 하숙방에서 지냈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1막에 묘사된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흡사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마스카니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대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먼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푸치니가 좀 더 단순하고 쉬운 오페라로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그래서 이탈리아 사실주의 작가 조반니 베르가의 단편을 기반으로 친구 조반니 타르조니 토체티와 시인 귀도 메나시가 무료로 대본을 써 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음악 출판업자 메도아르도 손조뇨가 개최한 단막 오페라 공모전에 출품해 만장일치 1등상을 받았다. 1890년 5월 로마 콘스탄치 극장에서 열린 초연은 대성공이었고, 이는 이른바 ‘베리스모 오페라’ 대유행의 진정한 시발점이 된다.

베리스모(Verismo)란 이탈리아 사실주의(자연주의)를 말한다. 프랑스 자연주의가 이탈리아 베리스모 문학에 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귀족과 상류층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오페라 대본에도 변혁을 가져온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밑바닥 삶,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심리 표현, 치정에 의한 살인극 등이 특징이며, 음악적으로는 근대적인 화성과 오케스트레이션, 연극적 진행, 아름다운 선율보다 어둡고 격정적인 묘사가 중심을 이룬다. 남국적 기후 특징이 드러나는 합창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를 비롯해, 남성 인물들의 마초적 성향, 모계를 중심으로 한 가족주의 전통 등 작품 전반에 이탈리아 남부, 그중에서도 시칠리아 지역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토스카나 출신인 마스카니가 이러한 오페라를 쓴 것은 원작자 조반니 베르가가 시칠리아 카타니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카타니아는 19세기 초 벨칸토 오페라를 화려하게 장식한 빈센초 벨리니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오페라 한 편으로 스타가 된 마스카니는 이후에도 많은 오페라를 썼지만 <친구 프리츠(L'amico Fritz)>, 첫 작품으로 구상했던 <굴리엘모 라트클리프(Guglielmo Ratcliff)>, 일본이 배경인 <이리스(Iris)> 정도가 가끔 연주될 뿐 결국 오페라 한 편으로 기억되는 작곡가로 남았다. 한편, 루제로 레온카발로(1857~1919)의 2막 오페라 <팔리아치(Pagliacci)>가 쌍둥이처럼 비교되는 경우도 많다. <팔리아치>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성공에 자극받아 탄생한 오페라로, 2막이긴 하지만 줄거리와 그 구성에 공통점이 많은 베리스모의 전형이다. 공연 시간도 짧은 편이어서 한때 두 작품을 하룻밤에 올리는 관행이 있었지만 좀 무리한 시도여서, 지금은 각각 연주되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 유럽의 연출 경향을 보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도 레지테아터(RegieTheater, 연출자 중심으로 새롭게 재해석된 극)의 영향을 받아 시칠리아 색채가 약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오페라의 진정한 감동은 시칠리아적인 것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연출보다 음악에 집중하는 콘서트 오페라를 통해 본래의 진면목이 살아날 것을 기대한다.

 

오페라 정원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일시 | 4월 10일(금) 오후 7시 30분
장소 |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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