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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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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예술로 떠나는 세계 여행Ⅱ. 프랑스 샹송 | 솔직한 진술로 삶의 감정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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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송’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애수 어린 음색이나 구슬픈 멜로디, 혹은 매혹적인 목소리와 통통 튀는 프랑스어의 향연까지, 각기 다른 모습을 그리겠지만 어쩌면 샹송은 그 이상의 다양한 풍경을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샹송의 궤적과 그 과정에서 생겨난 음악적 특징을 함께 살펴보면서 샹송이 지닌 매력 속으로 빠져들 준비 운동을 해 볼까요? 아마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뛰어들고 싶을지도요!

 

조원용 음악 칼럼니스트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즉흥의 가능성과 경계 위 음악 세계를 부연합니다. 종종 영화를 만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일러스트 박양수

 

1940~60년대 샹송의 황금기를 이끈 대표적인 샹송 가수들.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에디트 피아프(1915~1963), 조르주 브라상(1921~1981), 샤를 트레네(1913~2001)

 

시와 삶이 노래가 되다
프랑스어로 '샹송(Chanson)'은 문자 그대로 '노래'를 뜻합니다. 하지만 대중음악의 맥락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사의 문학성과 서사를 중심에 둔 프랑스 대중가요의 전통을 일컫죠. 음악사의 측면에서 샹송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프랑스어로 불린 세속 성악곡을 뜻하고,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발전한 다성(독립된 선율이 두 개 이상으로 구성된 음악) 세속곡을 지칭합니다. 우리가 오늘날 이야기하는 프랑스 샹송은 보통 이러한 전통에서 이어진 프랑스 대중가요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이는 록이나 재즈, 팝 같은 음악의 장르라기보다는 ‘노래를 만드는 방식이나 태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죠.

그렇다면 이 샹송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살펴볼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샹송의 원형은 881년경에 만들어진 '성녀 우라리 이야기'이고, 본격적인 샹송의 흐름은 12세기에서 14세기 중세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남부와 옥시타니아 지역에서 활동하던 궁정 시인이자 음악가들인 '트루바두르(Troubadour)'와 프랑스 북부의 '트루베르(Trouvère)'가 선보인 단선율(화성 없는 멜로디로만 구성) 음악은 후대 샹송과의 직접적인 연속성보다는 프랑스어 노래 전통과 시, 음악의 결합을 비롯한 ‘작가적 가수’라는 교집합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샹송은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다성 성악곡으로 드러나고, 샹송의 정체성이 비교적 축소된 바로크와 고전주의 시대를 지나 19세기에 비로소 현대 샹송의 출발에 다다릅니다.

현대 샹송의 직접적인 뿌리는 19세기 파리의 대중 공연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식음료를 섭취할 수 있는 '카페 콩세르(Café-concert)'나 '카바레(Cabaret)'가 현대 샹송 탄생의 요람이 됐고, 그중 파리 몽마르트르의 '르 샤 누아르(Le Chat Noir)'가 대표적입니다. 이곳에서 등장한 노래는 노동자 계층이나 도시 빈민의 사랑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그 속에 겹겹이 쌓인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샹송 가수 아리스티드 브뤼앙(Aristide Bruant)은 '르 샤 누아르'에서 시작해 몽마르트르의 스타가 됐고, 이후 1885년에 자신의 클럽 '르 미를리통(Le Mirliton)'을 열면서 '샹송 레알리스트(Chanson Réaliste)'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샹송 레알리스트는 풍자와 노래를 결합한 방식으로 가난이나 범죄, 비극적 사랑, 사회적 고독 등을 주제로 극적인 가창이 두드러져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프레엘(Fréhel)이나 다미아(Damia)가 대표적이고, 여러분들이 잘 아실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역시 이 전통을 이어받은 샹송 가수입니다. 다만 피아프는 '장및빛 인생La Vie en rose'이나 '아뇨,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 rien' 같은 곡들을 통해 보다 넓은 의미에서 샹송 전통을 대표하는 가수로 알려져 있죠. 이처럼 샹송 레알리스트는 현대 샹송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샹송의 황금기는 언제일까요? 바로 제2차 세계 대전 전후부터 1960년대까지입니다. 샹송이 프랑스 문화에서 중심적인 음악 형식으로 자리 잡는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시기죠. 샹송의 예술적, 상업적 영향력이 두루 강하게 발휘되던 시점이었습니다. 전쟁과 점령, 해방의 경험은 샹송에 녹아들어 상실과 회복, 사랑과 이별, 삶의 허무와 희망을 이야기하게 됐고, 이는 대중적 공감을 얻었습니다. 또한 라디오와 음반 산업의 발전이 맞물리면서 샹송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시기의 샹송은 샹송 레알리스트의 전통을 잇는 동시에 서사성과 시적 표현, 감정 전달에 강점을 보였습니다. 또한 개성이 강한 보컬리스트들 덕분에 같은 곡이라도 가수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으로 들리며 다양성을 만들어 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에디트 피아프 외에도 '노래하는 미치광이(Le fou Chantant)'라는 별명을 지닌 샤를 트레네(Charles Trenet), 자유와 반전(反戰), 언어유희와 풍자로 촘촘히 엮인 조르주 브라상(Georges Brassens)이나 벨기에 출신의 자크 브렐(Jacques Brel)이 샹송 황금기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입니다. 그중 조르주 브라상의 음악은 문학적인 가사를 쓰는 것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문학적 샹송을 뜻하는 '샹송 리테레르(Chanson Littéraire)'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시대를 넘나드는 변주
샹송을 다른 대중음악과 구별하는 핵심적인 특징은 바로 ‘가사 중심의 음악’에 ‘해석 중심의 보컬’이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샹송은 시적 언어와 이야기 구조, 사회적 메시지가 중요한데 이런 이야기를 연극적인 표현과 낭송에 가까운 감정 표현, 발성으로 표현하는 보컬리스트의 역량이 중심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샹송은 노래이면서도 동시에 한 사람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솔직한 진술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예외도 있지만 보통은 피아노나 기타, 작은 앙상블로 구성된다는 점도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현재로 돌아와서 오늘날의 샹송을 한번 살펴볼까요? 샹송은 이제 특정 음악 스타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어 가사를 중심으로 한 노래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 장르와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서사와 문학적인 가사 그리고 가사 전달의 명확함은 여전히 중요한 특징으로 남아 있으며, 그런 전통을 벤저민 비올레이(Benjamin Biolay)나 도미니크 A(Dominique A)가 이어가고 있고요. 스트로마에(Stromae)는 샹송과 힙합,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독보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고, 재즈와 팝, 샹송을 절묘하게 섞은 자즈(Zaz)는 독특한 음색과 특유의 리듬감 덕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불평등, 도시 문화에 대해 음악으로 풀어내는 크리스틴 앤 더 퀸즈(Christine and the Queens)는 팝과 전자음악, 퍼포먼스 아트를 결합하여 사회 문제를 언급하는 샹송 레알리스트의 흔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갱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샹송의 다양한 면면을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어떠신가요? 샹송이라는 전통의 고리가 촘촘하게 이어져 현대에 이르게 된 모습을 살펴보면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어 가사를 전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음악의 뉘앙스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같은 정서를 공유하게 되면서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치 하나의 극을 보듯 그리고 한 사람의 내밀하고 솔직한 진술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이죠. 삶과 닮은 음악인 샹송이 우리 곁에 있다니! 참 반가운 일입니다.


추천 음반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Chansons parisiennes | 시기별로 발매 레이블 다름
샹송을 세계적으로 알린 에디트 피아프의 대표적인 음반 중 하나입니다. 파리의 정서를 담은 노래들, 피아프의 극적인 가창 스타일이 샹송 황금기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샹송을 잘 몰라도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자크 브렐(Jacques Brel): Jacques Brel | Barclay Records, 1962
샹송이 가진 극적인 서사성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샹송의 표현 영역을 확장한 앨범으로 평가받습니다. 또한 사회적인 시선과 개인의 감정을 고루 담아낸 수작입니다.

 

프랑수아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Tous les garçons et les filles | Disques Vogue, 1962
샹송 황금기 이후에 등장한 프랑스 대중음악의 흐름인 예예(Yé-yé)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청춘의 고독을 서정적인 감수성으로 녹여 내며 진솔한 감정을 고백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앨범은 프랑스 대중음악의 전환점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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