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디지털 이미지는 이산적인 데이터, 즉 0과 1로 이루어진 이진 코드Binary code의 조합으로 생성된다. 그러나 이 단순한 신호의 배열 속에서 우리는 단순한 정보 이상의 감각과 정서를 읽어 낸다. 차가운 데이터 구조 속에서도 디지털 이미지가 우리에게 감동과 기억을 남기는 이유는 그 사이에서 인간이 해석하고 경험하는 어떤 의미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글 이수정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김시연, (ed.1/3), 2014, 파인 아트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30×88cm
성남큐브미술관은 성남 유일의 공공미술관으로서, 그동안 수집해 온 디지털 장르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생성되고 변환되는 이미지의 조건을 살펴보는 주제기획전 <0과 1 사이>를 개최한다. 디지털 이미지는 궁극적으로 0과 1로 이루어진 이진 코드의 조합으로 존재하며, 우리가 화면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장치를 통해 해독되고 재생되는 데이터의 상태다. 전원이 꺼지는 순간 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찰나’의 속성을 지니는 동시에, 복제와 전송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이미지의 특성을 움직임과 물성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조망한다. 전시에서 선보일 소장품 중 영상 작업물은 빛의 신호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사가 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프린트 작업물은 비물질적 데이터가 물리적 지지체를 통해 현실 공간에서 자리 잡는 과정을 드러낸다.
김우진, <멋지고 새로운 체조 프로젝트: 기억되어진 움직임>, 2016, 3채널 비디오(1분 36초)
김우진은 3채널 비디오 영상에서 규칙적인 프레임 속 반복되는 동작을 통해 보이지 않는 통제 구조를 성찰한다. 정석희의 드로잉 애니메이션은 의식의 잔흔을 따라 인간성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며, 정상현은 사진과 영상이 결합된 병렬적 화면을 통해 일상의 미세한 변주와 확장된 공간 감각을 포착한다. 이문희는 SNS에 축적된 이미지 기록을 통해 시공간의 흔적이 순환하는 방식을 보여 주고, 김시연은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공허한 감정을 응축한다. 김미경은 안료 잉크의 깊은 색감으로 사유의 풍경을 제시하며, 조이경은 타인이 기록한 순간의 이미지를 콜라주로 재구성하여 공감의 매개체로 보여 준다. 이지연은 계단 위 익명의 군중의 흐름을 우주의 작은 일부처럼 표현하며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임정은은 특수 아크릴 위에 UV 프린트를 활용해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입체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정석희, <첩첩산중>, 2022, 영상 드로잉, 89개의 드로잉 이미지, 종이 위에 목탄, 콩테, 파스텔, 각 79×54cm, 및 1채널 비디오(2분 2초)
0과 1이라는 가장 단순한 신호의 조합은 빛과 움직임, 풍경의 이미지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데이터와 장치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의 생성 방식을 살펴보는 동시에, 그 사이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새로운 미감과 의미의 순간을 조망한다. 디지털 코드의 틈 사이로 생성되는 이미지의 찰나가 관람객 각자의 경험 속에서 또 다른 감각의 풍경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2026 소장품주제기획전Ⅱ <0과 1 사이>
일시 | 5월 8일(금)~7월 5일(일)
장소 | 성남큐브미술관 상설전시실
문의 | 031-783-8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