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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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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5] 연극만원 <칼로막베스> | 말과 몸으로 그려 내는 폭력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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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4월, 화제의 연극들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소개하는 연극 ‘만원’ 시리즈가 고선웅 연출의 무협액션극 <칼로막베스>를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원작으로, 권력과 생존을 위해 칼을 든 인간들의 욕망과 폭력성을 강렬한 신체 언어와 빠른 리듬 안에 감각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김주연 연극 평론가 | 사진 제공 극공작소 마방진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이하는 극공작소 마방진이 기념 공연 퍼레이드의 개막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칼로막베스>는 고선웅 연출과 극공작소 마방진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들소의 달> <마리화나> <강철왕> 등 전작에서도 고선웅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언어 감각은 주목을 받았지만, 2010년 <칼로막베스>가 평단과 관객의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비로소 극공작소 마방진의 거침없는 행보가 시작되고 한국 연극계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 작품의 성과는 눈부셨다.

<칼로막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고선웅 특유의 감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그는 원작의 배경인 중세 스코틀랜드의 고성을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디스토피아적 교도소로 바꾸었다. 이러한 설정은 주인공 맥베스뿐만 아니라 던컨, 맥더프, 뱅코 등 모든 인물이 욕망과 폭력에 물든 똑같은 인간임을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칼로막베스>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속사포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대사와 쉬지 않고 대결을 벌이는 배우들의 현란한 무술과 거침없는 액션이다. 셰익스피어의 주옥같은 대사와 현학적인 독백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연출은 배우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싸우고 뒹굴고 구르면서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게 한다. 이는 극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가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욕망과 폭력이라는 주제를 더욱 즉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연출적 선택이다. 그 결과 극 중 수도 없이 등장하는 싸움들은 우아한 말의 대결이 아니라, 힘과 폭력이 충돌하는 거칠고 험악한 권력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와 함께 <칼로막베스>에는 중간중간 코믹한 대사와 슬랩스틱 유머가 불쑥불쑥 끼어든다. 이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묵직한 이야기의 흐름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이들이 이토록 진지하게 목숨을 걸고 싸우는 권력 다툼이 한 발짝만 떨어져 보면 얼마나 부질없고 유치한 것인지를 보여 주는 의도적 장치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울려 퍼지는 ‘반야심경’ 낭송은 인간 욕망의 헛됨과 공허함을 더욱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이번 <칼로막베스> 공연에서는 김호산, 김도완, 장재호 등 굵직한 존재감과 에너지를 자랑하는 배우들과 함께 마방진의 베테랑 배우 원경식이 남편의 욕망을 부추기고 그와 자신을 모두 파멸로 이끌고 가는 막베스 처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20년 역사를 응축하여 담아낸 이번 무대는, 그들이 거쳐 온 거침없는 행보와 단단한 예술적 성취를 관객들에게 생생한 감각으로 전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연극만원 <칼로막베스>
일시 | 4월 10일(금) 오후 2시·7시 30분, 11일(토) 오후 2시·6시
장소 |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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