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도 때로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다. 너무 익숙하기에 당연하게 여겨 왔던 가족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들이 있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감정을 지닌 ‘가까운 타인’으로서 가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세 권을 소개한다.
글 김소민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필연적 혼자의 시대
지난해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이 42%에 달해 1000만 가구를 넘어섰다. 김수영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1인 가구 109명을 직접 만나 기록한 이 책은 통계 뒤에 가려진 개인의 삶을 세밀한 인터뷰로 들여다본다.
저자는 지금을 ‘솔로 권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노동 시장이 급격히 유연화되면서 언제든 이동 가능하고, 가족 부양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1인 가구가 현재의 노동 구조에 잘 맞는 삶의 형태가 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해 온 ‘혼자 사는 삶=자발적 선택’이라는 통념과는 다른 풍경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가족의 의미다. 가족이 삶의 기본적 연결망이던 시대가 지나가는 지금, 사람들은 어디에서 관계를 찾고 서로를 지탱할 수 있을까. 저자는 해법 역시 거창한 제도보다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진 시대에,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 줄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김수영 지음 | 다산초당 | 384쪽 | 19,000원
노 웨딩
결혼은 하지만 결혼식은 하지 않기로 결심한 20대 중반 연인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윤아는 가족의 기대에 맞춰 살아온 인물이지만, ‘노 웨딩’을 선언하며 처음으로 가족에게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힌다. 결혼식은 반드시 해야 하는 관습이라는 믿음에 질문을 던지면서, 윤아는 스스로 선택한 삶을 밀고 나갈 용기를 얻는다.
실제로 연소민 작가는 지난해 5월 ‘노 웨딩’을 했다고 한다. 양가 부모와 가까운 친척만 레스토랑에 모셔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예식을 갈음했다. 이 책은 가족을 둘러싼 기대와 규범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가족 역시 서로의 선택을 이해하고 조율해 가는 관계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 쉽게 당연시되던 관습을, 한 번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소설이다.
연소민 지음 | 자음과모음 | 304쪽 | 18,000원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수필가 피천득의 글을 엮은 선집으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편지 7편이 새로 수록됐다. 피 작가는 장남 세영, 차남 수영, 막내딸 서영까지 2남 1녀를 두었다. 편지는 차남 수영에게 보낸 것으로, 그가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 클리닉에서 신생아 전문의로 일하던 시절의 글들이다.
딸 ‘서영이’를 향한 애정으로 널리 알려진 피천득이지만,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그 나름대로의 사랑이 드러난다. 수필에서 보여 준 섬세한 미문 대신 “담배 끊어라” “외식하지 말라” 같은 소박한 당부가 반복된다. 절제된 문장과 검약을 강조하는 태도는 딸에게 보였던 로맨틱한 애정과는 또 다른 결의 사랑이다.
이 책은 가족의 마음이 꼭 큰 표현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때로는 생활 속의 짧은 문장이 더 깊은 애정을 전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오가는 조용한 사랑의 형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피천득 지음 | 민음사 | 304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