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과 상처로 얼룩진 한국사의 격동기에도 순수한 동심과 민족의 정서를 지켜 낸 노래가 있었다. 작곡가 박태현이 남긴 동요의 선율을 바탕으로 탄생한 창작오페라 <바람의 노래>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과 희망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머물던 노래는 바람을 타고 되살아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떨림을 전한다. 마치 살랑이는 바람에 실려 온 잔잔한 노래처럼, 혹은 모두의 바람을 품은 간절한 노래처럼.
글 손세은 성남문화재단 홍보기획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불러 보았을 친숙한 동요 선율이 민족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창작오페라로 다시 태어난다. 창작오페라 <바람의 노래>는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 전쟁을 거쳐 근현대에 이르는 격동의 한국사 속에서 동요를 통해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고 민족의 정서와 감성을 노래해 온 작곡가 박태현(1907~1993)의 주요 작품을 모티프로 삼았다.
작곡가 박태현은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도쿄음악학교(현 도쿄음악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했다. 그는 평생을 동요 작곡에 헌신해 ‘코끼리 아저씨’ ‘산바람 강바람’ ‘태극기’ 등 200여 곡에 달하는 동요와 함께, ‘3.1절 노래’ ‘한글날 노래’ 등 국가 기념일 노래를 남겼다. 1980년대 초 성남에 정착해 87세를 일기로 작고할 때까지 많은 문화예술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그 음악적 공로를 인정받아 제21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제4회 KBS 동요대상(1989)을 수상했으며, 작고 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2002)에 추서됐다.
전쟁의 상흔 위에 피어나는 생명과 희망의 이야기
창작오페라 <바람의 노래>는 1950년대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산골 마을 빈집에 사는 소녀 ‘강바람’과 인형 ‘달’이가 바람, 동물, 자연과 함께 만들어 가는 생명의 이야기를 담는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소녀의 맑은 노랫소리는 바람을 타고 울려 퍼져 숨 쉴 곳을 잃어버린 존재들을 이끌며, 참혹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자연과 생명, 우정과 희망을 노래한다.
작품에는 박태현의 동요 ‘산바람 강바람’ ‘깊은 밤에’ ‘자장가’ ‘다 같이 노래 부르자’ 등이 원곡 그대로 쓰이거나 주요 멜로디를 재창작해 활용된다. 작곡가 박태현 특유의 서정적이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동요 선율이 주요 장면에 녹아들어 극의 정서에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차세대 창작진과 지휘 명장의 조화
이번 무대는 현재 오페라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창작진과 지휘 명장이 함께 이끌어 간다. 음악은 가곡과 합창, 창작오페라 분야에서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해 온 작곡가 김주원이 맡아, 박태현의 동요 선율에 현대적 음악어법을 결합해 새로운 음악 세계를 펼칠 예정이다. 대본은 연극·오페라·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섬세한 문체와 날카로운 주제 의식으로 주목받아 온 극작가 황정은이 집필했다.
지휘는 50여 편의 오페라 작품을 이끌며 한국 오페라 발전에 헌신해 온 김덕기 지휘자가 맡고, 연출은 한국과 미국의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현대적 시각과 창의적 해석으로 주목받아 온 연출가 조은비가 참여한다.
또한 소프라노 홍혜란, 테너 최원휘, 메조소프라노 백재은, 베이스바리톤 우경식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성악가들과 성남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한 합창단, 소년소녀합창단 등 성남시립 예술단체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창작오페라 <바람의 노래>
일시 11월 14일(금) 오후 7시 30분, 15일(토) 오후 3시
장소 성남아트리움 대극장
문의 031-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