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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람후기

  • 성남아트센터의 다양한 공연 및 전시회에 대한 감상평을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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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송년난타2005

공연 / 2006-01-01 17:59:09 조회 : 12241

난타(亂打), 1. 상식을 벗어 던지다 이 웅 재(동원대 교수, 분당문학회장, 017-754-6574) 나는 방 안에 있다. 너는 방 밖에 있다. 그가 방 밖에서 안으로 이동한다. 내가 말했다. “그가 방 안으로 들어왔어.” 네가 말했다. “그가 방 안으로 들어갔어.” 그의 행동은 한 가지인데, 나와 네가 서로 반대로 말하고 있었다. “들어왔어”, “들어갔어”. 그건 내가 방 안에 있었고, 네가 방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어느 쪽에서 보았느냐 하는 문제 때문에 그토록 달라지는 견해가 성립되었다는 말이다. 관점이 달라서 견해가 달라졌다는 얘기이다. 모든 것이 다 악기가 되었다. 생활 속의 모든 것들이 악기, 그 중에서도 주로 타악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공연이 ‘NANTA’였다. 인간생활의 세 가지 축이라 할 수 있는 의식주 생활, 그 가운데 식(食)의 공간인 주방을 무대로 하여, 한국의 전통 가락인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코믹하게 드라마화한 비언어극(Non-verbal performance)이 ‘난타’였다. 한 마디로 상식을 뛰어넘은 발상에서 출발한 것,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난타’였다. ‘난타’는 정말 ‘亂打’였다. 2005년 10월 14일에 개관한 성남아트센터는 우리집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었지만, 나는 을유년이 마지막으로 가고 있는 12월 30일에야 처음 으로 가 보게 되었다. 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는 깨끗했다. 무대 정면에는 ‘NANTA’라 쓰인 스크린이, 그리고 그 좌측에는 천하대장군이 버티고 서 있었다. 좌석 아래의 바닥은 원목으로 된 마루였다. 준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무 냄새가 아주 싱그러웠다. 전체 1,804석의 객석은 대부분 관람객들로 메워졌다. 공연시간인 17:00시가 되자 정면 스크린에 활자가 뜬다. 사진 촬영 금지 Video 촬영 금지… 날카로운 칼 펄펄 끓는 기름… …따라 하지 마세요. 매우 위험합니다.… 박수 시작! 함성 시작! 우우. 더 크게. 남자 분들만! 박수와 함성을 동시에… (관객들이 자막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하 같음.) 오늘은 난타 주방장의 생일입니다. 하나/둘/셋 생일 축하합니다…. 아주 훌륭한 관객이십니다. 공연이 곧 시작됩니다. 화장실 가신 분들, 빨리 들어오세요…. 드디어 배우 세 명이 호롱불을 들고 무대에 등장한다. 요리사들이다. 그 중 여자요리사가 함지박 같은 곳에 물을 부은 다음 그 위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방망이 두 개로 치기 시작한다. 처음엔 조용조용히, 차츰 세게, 다른 요리사들의 북, 징, 꽹과리가 함께 어울린다. 무대가 밝아지며 소리가 왼쪽으로 이동하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옮겨간다. 거기에 춤이 따르기 시작한다. 모두 주방으로 간다. 조리대는 넷, 양 옆으로도 용도가 분명치 않은 탁자 2개가 놓여 있다. 물통, 플라스틱 통, 징 등을 이용해 리드미컬하게 소리를 낸다. 한쪽 요리사가 음식재료들을 던진다. 그걸 다른 요리사가 프라이팬으로 받는다. 매니저가 나온다. 호박을 던진 게 그의 머리에 박힌다. 음식재료들을 치고받고 하던 요리사들 매니저 머리에 박힌 호박을 빼느라 애를 쓴다. 호박이 빠지며 벌러덩! 관객 중에서도 아이들은 신이 나서 깔깔댄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공연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이는 것이다. 매니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왼쪽 다리를 찔끔! 벌리면서 액! 소리를 낸다. 이런 동작은 하나의 관습적 동작으로 그 동작이 나올 적마다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난타(亂打), 2. 오늘의 신랑신부 새로운 직원이 하나 등장한다. 요리사들이 그에게 청소를 시킨다. 그는 쓰레기통에 들어있던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쓰레기를 뽑아 관객석으로 던진다. 그걸 받아든 어느 남성 관객 분, 허허 웃는다. 식기, 쓰레기통 등 모두가 악기가 되어 신명 나는 난장판이 된다. 난타, 난타…두들기고 두들긴다. 리드미컬하게…. 일상에 찌들었던 마음들, 평소에 응어리졌던 한(恨)이 그 소리를 따라 해원(解寃)이 된다. 비언어적 공연으로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스레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요리사 하나는 둥근 통을 쓰고 신나게 노래한다. 매니저가 나타나서 막대기로 그 통을 갈긴다. 통이 돌아간다. 거기에는 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다시 난타, 난타…. 갑자기 요리사들이 좌우 양쪽 관객석으로 뛰어든다. 그러더니 각각 남녀 관객 한 사람씩을 끌고 나온다. 조리대쪽으로 가서는 결혼식 복장을 입힌다. 사모관대 쓰고, 족두리 쓰고…. 오늘의 신랑신부인 것이다. 그들에게 음식을 먹어보게 한다. 죽으로 보이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이미 그들은 배우가 되어 있었다. 요리사들 얼굴이 모두 천정을 향한다. 앵앵~ 소리가 난다. 그래, 파리가 날아든 모양이다. 소리 따라 요리사들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은 일사불란하다. 질서가 있어야 아름다움이 뒤따르는 것이다. 난타, 난타…소리고 행동이고 어지러운 듯하지만 그 속에 질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의 일상생활도 그래야지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아서는 무질서하고 비윤리적인 듯이 보이는 많은 일상사들도 그 밑바닥에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있지 않을까 여겨지는 것이다. 파리가 신부의 국그릇에 빠진 듯, 그것을 건져내고, 신랑신부 관객도 퇴장하고…. 다시 난장. 늘 한 놈이 문제다. 가장 늦게 등장한 청소하던 막내 요리사다. 고무장갑에 바람을 넣어 머리에다 쓰기도 하고. 서로서로 음식재료들을 던지고 받고 하는데, 그 요리사 조리대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는다. 놀라 허겁지겁대는 모습들도 무척이나 우스꽝스러워 어린이 관객들을 요절복통케 하고…. 이젠 접시를 던지고 받고 한다. 마주 보고 던지고 받더니, 뒤로도 던진다. 무동을 서서도 던지고, 3각형으로 주고받고도 한다.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저 정도라면 북한의 금강산 교예단의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관객들의 요란스런 박수소리가 그를 증명하고 있었다. 매니저가 오리 한 마리를 가지고 등장한다. 요리를 해야 될 놈인 모양인데, 가스레인지에 넣어도 죽지 않고 꽥꽥 소리를 지른다. 매니저는 손도끼를 가지고 와서 요리사들에게 오리 목을 따라고 주문한다. 요리사들은 서로 그 일을 맡지 않으려고 발뺌하며 이리저리 피해 다닌다. 어린아이 관객들은 그 모습들을 보며 마냥 즐겁다. 결국은 막내 요리사에게로 임무가 돌아가고 무대 오른쪽으로 오리를 가지고 사라졌는데, 그쪽에서 오리털이 계속 날아 들어온다. 다시 조리대. 맨 오른쪽의 주방장은 양파를 썰고, 가운데의 두 요리사는 오이와 당근, 그리고 막내는 양배추를 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난타 공연으로 소비되는 연간 야채 소비량은 양파 3,200여 개, 오이 14,000여 개, 당근 6,400여 개, 양배추 5,300여 개라고 한다. 그런 것들을 썰면서 그걸 노래로도 한다. 주방장이 ‘양파~~~’ 하니 막내가 ‘양배추~’ 한다. 양배추 양배추 양배추, 소리가 점점 커지고 덩달아 당근, 오이도 따라서 불린다. 그리고 그것을 써는 소리들, 타타타타타…. 부엌칼 소리가 멋진 화음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썰어놓은 양파, 오이, 당근, 양배추를 서로 뿌리면서 장난질한다. 그러다가 막내가 칼춤으로 발전시킨다. 큰 칼을 양손에 들고 추는 칼춤, 때로는 멋진 곡선을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직선의 움직임…, 오이, 당근도 잘게잘게 썰리고, 아, 갑자기 막내의 뾰족한 칼끝이 양쪽 허리로 돌진한다. 관객들의 입에서 ‘아유, 저런!’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누군가의 입에서는 ‘안 돼!’ 하는 단말마의 비명소리까지도 흘러나온다. 칼은 멋지게 허리 바로 앞에서 멈춘다. 그러더니 온몸으로 칼춤을 춘다. 다리도 머리도 따라서 움직인다. 요리사들끼리 자리도 바꾸고, 요리사 모자도 벗어던지고, 때로는 손동작이 서로 엇갈리기도 하여 관객들이 훅! 놀람의 소리를 머금게 하기도 하면서 마냥 칼춤의 춤사위가 어우러진다. 바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마음 놓고 어질러놓은 난장판이 어린 관객들에겐 매우 신명이 나는 모양이다. 더구나 매니저가 나오다가 거기 미끄러져 꽈당! 넘어졌더니 어린 관객들은 발까지 구르며 까르르르…! 웃는다. 난타(亂打), 3. 상식을 벗어 던지다 매니저가 소리 지른다. ‘청소~~!’ 그래서 시작된 청소, 그러나 거기서도 서로 치고받고 쌈박질이다. 빗자루, 주방기구, 막대기…, 온갖 것이 다 등장하여 무기 역할을 한다. 좋아하는 섹시가이를 못살게 하는 놈을 여자요리사가 끌고가다가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에구, 저런! 엉덩이가 처박혀서 빠지지를 않게 되었다. 나오려고나오려고 애를 쓰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이들까지도 함께 용을 쓰게 만들면서, 간신히 빠져나와서는 관객을 향해 박수를 치란다. 여기서부터는 박수치기로 레퍼토리가 바뀐다. 쿵따, 쿵따, 쿵쿵따. 쿵쿵따, 쿵쿵따, 쿵쿵따따….쿵쿵 소리는 마룻바닥을 발로 치는 소리요, 따따는 박수소리다. 마룻바닥을 치는 관객들의 소리까지도 난타 공연의 일부로 수용되고 있었다. 그 소리들은 요리사의 지시에 따라 온갖 방법으로 변형이 된다. 응원 때의 박수소리를 닮기도 하고, 관객을 두 편으로 나눠 ‘반은~~’하고 제 지시를 따르라는 것인데, 원래가 비언어극이라서 의사 전달이 잘 안 되어 요리사와 관객 간에 조화가 깨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도 실은 의도적인 불협화음이다. 해서 그것은 해학으로 변형되고, 그 해학은 때로는 약간의 비판성을 내포하고 있는 골계로 바뀌고, 또 때로는 강한 비판성을 지닌 풍자로까지 발전한다. 장면이 바뀌어 요리사는 술병을 꺼내가지고 신나게 술 마시는 흉내를 낸다. 이때 매니저가 등장한다. 술병은 쓰레기통 속으로 감춰진다. 매니저가 쓰레기통을 보려고 하자 아까 엉덩이가 끼었던 형태로 쓰레기통에 엉덩이를 박아버린다. 그래도 매니저가 포기하지 않고 요리사를 끌어내고 쓰레기통에서 술병을 꺼내자, 요리사가 그걸 얼른 낚아챈다. 그리고는 신문지로 둘둘 만다. 둘둘 말았던 신문지를 꽉 쥐어 뭉개는데, 저런! 술병이 없어졌다. 마술이었다. 매니저도 붉은 수건을 꺼내더니 순식간에 쇠막대기를 바꿔버리는 마술로 화답한다. 다시 조리대로 모든 요리사들이 모이더니 두 패로 나뉘어 요리 만들기 내기를 한다. 누가 빨리 만드나? 만든 음식을 번갈아가며 가지고 무대 앞쪽으로 나와 ‘하나~’, ‘둘~’ 하며 박수를 치란다. 한참 그러더니 각각 관중석으로 들어와 남녀 각각 한 명씩을 끌고 올라간다. 관객이 함께 하는 장면이 또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무대로 올라간 관객들은 요리사가 시키는 대로 훌륭하게 연기를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매니저가 들어가자,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요리사 전부가 태업에 돌입한다. 몽땅 무대 뒤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니 남아있는 사람은 끌려 나갔던 관객 네 명뿐.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 하는 관객배우들의 모습 또한 객석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구경거리였다. 매니저가 다시 등장하여 그 모습을 보고 소리소리 질러 야단을 치니까 도망갔던 요리사들이 잽싸게 나온다. 관객배우는 들어가고 가스레인지를 끌고 와서 뚜껑을 확 여니까 축하용 케이크가 솟아오르며 그 아래쪽으로는 ‘congratulation!’이란 영문 글귀가 나타난다. 모두가 모여 삼각대에 장착해 놓은 사진기에 타임을 걸어놓고 함께 모여 ‘김치~’ 하며 사진을 찍고 나자, 장면이 바뀌면서 음식을 네 개의 식탁에 나눠놓고 하나하나 보여주더니, ‘백년해로’라 쓰인 깃발을 펄럭인다. 그 뒤쪽에는 ‘Happy Wedding’이라고 씌어있었다. 어둠 속 무대에 청사초롱이 등장하고, 매니저가 손나팔을 불자 요리사들은 어느새 농악대로 변신하여 상모(象毛)를 돌린다. 장면은 바뀌어, 좌우로 달려 있는 북을 열정적 몸짓으로 치고 있는, 흔히 보던 모습을 패러디한 플라스틱 물통들을 요란하게 치고 있는 모습으로 바뀐다. 뒤쪽으로는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마지막 장면이 이어진다. 간장, 고추장, Sugar, SALT, Pepper 등의 이름이 씌어있는 커다란 통들을 그저 아무렇게나 마구 두드리듯 난타한다. 그 소리를 따라 모든 관객들의 마음 속에 뭉쳐 있던 답답하고 꽉 막혔던 응어리들이 뻥! 뚫리고 있었다. 그 맺혀 있던 응어리들은 동글동글한 플라스틱 공으로 형상화되어 배우들에 의해 관객석으로 이리저리 뿌려진다. 잠시 관중석은 어수선해진다. 그 공들을 줍기 위해서…. 사람들의 욕심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게 관객들은 다시 마음 속 응어리들을 주워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곤 언젠가 다시 그 마음 속 응어리들을 속 시원히 풀어버리기 위해 난타 공연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1997년 10월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초연을 가진 이래 국내외 관객 200만을 돌파한 난타는, 2003년 9월 25일, 아시아 최초로 꿈에도 그리던 브로드웨이 무대에 섰다고 한다. 그 후 미국, 일본, 이태리, 독일, 홍콩 등 20개국이 넘는 세계 각국에서의 순회공연을 통해 국제적인 감각을 길러온 난타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물로 자리잡았단다. Performance, Musical, Cinema의 이니셜을 딴 (주)PMC의 대표 송승환 씨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2005.31. 원고지 3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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