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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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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6] 2026 소장품주제기획전Ⅰ <찬란한 고요>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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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큐브미술관은 2026년 첫 전시로 소장품주제기획전1 <찬란한 고요>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지난 1년간 정성껏 수집한 지역 작가 12인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작품을 통해 작가의 영감이 담긴 기록을 나누고 지역 미술의 가치를 함께 모색하고자 마련되었다. 

 

이수정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이현배, <하얀 풍경2>, 2024, 캔버스에 연필, 61×91.9cm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풍경을 만나지만, 대부분은 흘러가는 잔상으로 남길 뿐 영감과 아름다움은 특별한 순간에서만 발견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예술은 언제나 평범한 일상의 가장 조용한 지점에서 시작한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스쳐 지나갈 뻔한 빛의 변화, 사소한 감정의 흔들림, 설명되지 않는 감각의 잔향처럼 예술가는 찰나의 순간을 붙잡아 자신만의 언어로 화면에 옮긴다. 그 과정은 요란하지 않고 오히려 조용하고 느리며, 깊은 고요 속에서 이루어진다.

<찬란한 고요>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전시다. 우연처럼 보이는 자국, 반복된 행위가 쌓인 화면, 비워 낸 여백과 절제된 움직임 속에는 작가가 마주한 ‘고요’의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김남표는 파도의 형상을 마치 수행처럼 축적된 행위의 흔적으로 화면에 남기고, 민재영은 눈 내린 밤의 풍경으로 도시 속 고독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송윤주는 문자와 형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와 생명의 흐름을 표현하며, 송지혜는 시간의 흔적을 한 화면에 겹쳐 표현함으로써 사라짐과 지속의 의미를 묻는다. 서지은은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편안함과 안도감을 섬세하게 그려 내고, 이현배는 연필의 선으로 통제와 우연이 교차하는 회화의 본질을 사유한다. 장원실은 사랑과 관계에 대한 따뜻한 질문을 건네며, 장희정은 서로 다른 언어의 책과 오브제를 통해 현대인의 내적 긴장을 은유한다. 정서인은 한지의 생성과 소멸로 삶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피정원은 회화가 시작되는 과정을 기록하듯 풀어내고, 한광우의 참여형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 속에서 역설적인 고요를 경험하도록 이끈다. 홍세연은 상상의 정원을 통해 머무를 수 있는 안식을 제안한다.

 

홍세연, <회복된 정원>, 2024, 캔버스에 아크릴, 유채, 90×90cm

 

작품들은 모두 거창한 사건이 아닌 작가가 일상에서 마주한 감정과 사소한 영감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또한 흘려보낼 수 있었던 순간들을 붙잡아 남긴 작가의 시선, 그 눈길이 머물렀던 지점에 나란히 서서 나만의 <찬란한 고요>를 발견할 것이다.

<찬란한 고요> 속 찬란함은 멀리 있지 않으며, 고요는 비어 있지 않다. 우리가 잠시 멈추어 바라볼 때, 일상은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을 것이다. 미술관을 나선 이후에도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이 잠시 발걸음을 붙잡고, 아무 일 없던 찰나가 문득 깊어지는 짧은 순간들 속에서 <찬란한 고요>의 시간을 마주하길 바란다.

 

 

2026 소장품주제기획전Ⅰ <찬란한 고요>
일시 | 2월 20일(금)~4월 19일(일)
장소 | 성남큐브미술관 상설전시실
문의 | 031-783-8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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