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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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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4] 연극만원 <템플> | 몸으로 그리는 그림 같은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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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루 인정받은 연극 작품들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연극만원滿員 시리즈. 2026년의 첫 무대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20주년 퍼레이드 첫 작품이기도 한 연극 <템플>로 시작한다. 자폐라는 고립된 세계를 감각의 언어로 복원해 낸 이 작품은 한 인물의 성장 서사를 넘어,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김주연 연극 평론가 | 사진제공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무대 위에는 화려한 장치도, 거창한 소품도 없다. 오직 아홉 명의 배우가 뿜어내는 열기와 거친 숨소리만이 객석을 압도한다. 피지컬 시어터(physical theater, 신체극) <템플>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딛고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된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의 삶을 다루지만, 단순히 한 인물의 성장 서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그림으로 생각하는’ 템플의 독특한 내면세계가 어떻게 세상이라는 거대한 장벽과 충돌하고, 마침내 자신만의 문을 열어젖히는지에 대한 집요한 탐구다.

<템플>의 무대 위 배우들은 단순히 인물을 연기하는 것을 넘어 템플이 마주하는 환경 그 자체가 되며, 템플의 내면적 혼란과 고조되는 불안은 신체의 방향과 속도, 근육의 긴장과 이완을 통해 객석에 전이된다. 신체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러한 방식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특성과도 연결된다. 2000년대 초, 소품 하나 없이 인간의 신체만으로 무한한 공간을 창조해 내던 간다의 기발한 상상력은, 20년이 흐른 지금 <템플>이라는 피지컬 시어터 양식을 통해 더욱 정교하고 단단한 형태로 구현된다.

연출가 민준호와 안무가 심새인은 서사와 움직임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결합했다. 특히 템플의 고착 증세를 창의적 프로젝트로 이끌어 준 칼락 선생과의 만남은 정적인 대화를 넘어선 배우들의 정교한 합을 통해 ‘교감’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드라마와 안무가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움직임이 곧 서사이자 감정과 연결되도록 고안한 지점은 극단 간다가 꾸준히 지향해 온 특징 중 하나다.

<템플>의 초연부터 함께해 온 김주연 배우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과 멈춰 있지 못하는 손끝 하나에도 템플의 진심을 담아내며, 장애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 존재의 본질을 온전히 살아 낸다. 여기에 유연, 윤성원 등 베테랑 배우들의 탄탄한 앙상블과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신선한 에너지가 더해져, 20주년을 맞이한 ‘간다’만의 뜨거운 케미스트리를 완성한다. 서로 다른 리듬과 에너지가 만들어 내는 이들의 신체 앙상블은 템플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자, 그녀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압박하는 사회의 얼굴로 작동하며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결국 연극 <템플>은 우리가 ‘정상’이라 부르는 세계의 언어와 속도가 얼마나 많은 존재를 소외시켜 왔는지를 관객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말이 아닌 몸으로, 설명이 아닌 감각으로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한 존재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발을 딛는 순간, 무대는 작지만 단단한 울림으로 공명한다. 이와 함께 신체 움직임이 어떻게 서사의 층위를 풍성하게 만드는지를 보여 주는 이번 공연은 창단 20주년을 맞은 ‘간다’의 가치와 무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것이다.

 

 

연극만원 <템플>
일시 | 2월 27~28일 (금) 오후 2시·7시 30분, (토) 오후 2시·6시
장소 |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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