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트센터의 마티네 콘서트는 참신한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연주, 친절한 사회자로 호응을 얻으며 21년째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 나라를 정해 1년간 10회에 걸쳐 시대별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마티네 콘서트는 올해에는 독일 음악을 선보인다. 예전과 다른 점은 엄청난 음악 유산을 가진 독일이기에 1년이 아니라 2년에 걸쳐 소개한다는 것이다. 또한 피아니스트 김태형을 이어 방송인 한석준이 친절한 사회자로 나선다.
글 양창섭 음악 칼럼니스트
올해부터 새롭게 마티네 콘서트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한석준 / 3월 첫 공연에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이진상 ⓒHyemi Kim / 10월 공연에 협연하는 리코더 연주자 정윤태 ⓒJiye Lee
‘독일, 음악의 숲’이라는 타이틀을 단 마티네 콘서트의 3월 첫 공연은 ‘당연히’ 베토벤이다. 자유를 사랑하는 그의 철학이 드러난 <피델리오> 서곡으로 시작해, 심오한 아름다움을 지닌 피아노 협주곡 4번을 게자 안다 콩쿠르 우승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이진상이 협연한다. ‘황제’ 협주곡만 안다면 4번 협주곡을 꼭 들어 보시길 권한다. 그 외에도 아름답고 장엄한 2악장, 힘과 리듬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4악장으로 유명한 교향곡 7번이 메인 레퍼토리다. 수원시향과 상임지휘자 최희준이 연주를 맡는다.
베버는 베토벤을 계승한 초기 낭만주의의 대표자다. 악기 개량과 사조 변화 덕분에 모차르트보다 훨씬 활기차고 기교적인 클라리넷 협주곡 1번을 작곡했는데, 4월 공연에서는 세인트폴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이자 미네소타대 교수인 김상윤의 협연으로 듣게 된다. 낭만주의 시대의 징표 중 하나는 ‘여행’이다. 멘델스존은 스코틀랜드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3번 교향곡을 작곡했다. 메리 스튜어트 이야기, 유럽 본토에서는 만날 수 없는 풍경 등을 주관적인 감상으로 풀어낸 걸작이다. 광주시향을 이끌고 있는 이병욱이 성남시향을 지휘한다.
진정한 낭만주의자 슈만은 뒤셀도르프시의 음악감독이 되어, 그곳을 흐르는 라인강을 표제로 교향곡 3번을 작곡했다. 라인강, 그곳의 문화, 하늘을 찌를 듯한 쾰른 대성당을 본 느낌, 축제와 인간 등을 표현한 작품이다. 5월 공연에서는 실력파 지휘자 정한결과 디토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한편, 이번 공연은 마티네 콘서트 200회 공연을 기념해 ‘특별한 손님들’이 모차르트가 작곡한 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의 협연자로 등장할 예정이다. 사회자에서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김태형이 마티네 콘서트와 오랜 시간 깊은 인연을 맺어 온 지휘자 홍석원·최수열과 함께 마티네 콘서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한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낭만적이지만 과도하지 않은, 균형 잡힌 아름다움의 표본이며, 긴 서주 없이 독주자가 바로 연주를 시작하고, 전 악장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등 혁신적 면모도 갖춘 명작이다. 기교와 음악성 모두 국내외에서 호평을 얻고 있는 윤소영이 협연한다. 한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시대적으로 멘델스존보다 한참 뒤인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이지만 오페라 <장미의 기사>를 통해 일부러 과거로 돌아가서 ‘좋았던 날들’을 회고했다. 아헨 극장 제1카펠마이스터로 활동 중인 정찬민과 경기필하모닉이 이 오페라의 모음곡을 연주한다.
발트 앙상블 ⓒShin-joong Kim
7월은 해외에서 활동 중인 실력파 한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발트앙상블의 무대다. 천재 멘델스존이 15세에 작곡한 현악 교향곡 6번은 고전적 향기가 풍기고, 현악 4중주로 편곡한 브람스 피아노곡 중 간주곡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소품이다. J. S. 바흐의 아들 C. P. E. 바흐의 첼로 협주곡 A단조는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부수석 배지혜가 협연한다. 마지막 곡인 ‘메타모르포젠’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2차 대전에서 폭격으로 뮌헨과 빈, 드레스덴의 오페라극장이 무너진 것을 보고, 자신의 존재 근거였던 독일 문화가 폐허가 된 것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음악으로 담았다.
8월에는 오페라를 혁신한 거장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기다린다. 오페라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로엔그린> <탄호이저> <발퀴레> <지크프리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명장면을 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이범주, 바리톤 이동환 등 미성과 파워를 갖춘 성악가들이 부른다. 바그너 작품에서 관현악은 단순한 반주가 아니다. 김광현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이 황홀하고 웅장한 사운드로 홀을 가득 채울 것이다.
9월에 듣는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기존의 레퀴엠과 달리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 구절을 작곡가가 발췌해 사용한 감상용 음악이다. 과도한 감정 표현보다는 절제의 미덕을 갖춘 음악으로 죽은 자를 보내고 살아 있는 자를 위로한다. 음악회의 첫 곡은 독일 음악의 시조 하인리히 쉬츠의 짧은 합창곡인데 ‘독일 레퀴엠’ 마지막 곡과 가사가 같다. 250년을 사이에 둔 두 작곡가를 비교해 볼 수 있겠다. 부산시향 수석 객원 지휘자인 홍석원과 성남시향·성남시립합창단이 연주하고, 독창자로 베르디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최지은, 독일 바이마르 극장 등에서 활동했던 베이스 김대영이 묵직한 감동을 전해 준다.
10월에는 18세기 초 드레스덴으로 가 보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는 궁정 악단을 재창단하며 유럽의 비르투오소 음악가들을 스카우트했다. 프랑스의 뷔파르댕은 플루트 연주자로, 보헤미아의 젤렌카는 비올로네(비올 중 대형 저음악기) 연주자로 활동했고 하이니헨은 음악감독 격인 카펠마이스터였는데, 셋 모두 작곡도 많이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뷔파르댕의 플루트 협주곡, 젤렌카의 ‘히포콘드리’, 하이니헨의 드레스덴 협주곡을 연주한다. 한편, 악장으로 활동했던 피젠델 역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와 교유交遊한 비발디와 텔레만은 피젠델과 드레스덴 궁정 악단을 위한 협주곡을 작곡했다. 다음 카펠마이스터였던 하세가 작곡한 오페라 <클레오피데>의 서곡도 듣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음악 전문 단체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연주하고, 독일 고음악 아카데미 등에서 활동했던 리코더 연주자 정윤태가 실력을 발휘한다.
11월에는 만추에 어울리는 음악들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메타모르포젠’을 작곡한 후 최만년인 84세에 쓴 작품 ‘네 개의 마지막 노래’다. 인생의 가을을 맞은 작곡가의 심정이 헤르만 헤세의 가사에 실린 걸작이다. 브람스의 마지막 교향곡도 빠뜨릴 수 없다. 30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4악장 파사칼리아가 압권이다. 인천시향을 맡고 있는 최수열과 경기필하모닉이 연주하며, 소프라노 조수아가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바흐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듣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체 6부 중 예수 탄생의 기쁨이 드러난 1부, 동방 박사의 여행을 다룬 6부, 그리스도의 승리를 말하는 6부를 연주한다. 바로크 합창 지휘자 김선아가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을 이끌고 소프라노 윤지, 카운터테너 정민호, 테너 홍민섭, 베이스 안대현 등 바로크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실력파 성악가들이 독창자로 나선다. 이쯤 되면 벌써부터 내년의 프로그램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2026 마티네 콘서트 ‘독일, 음악의 숲’
일시 | 3~12월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
장소 |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문의 | 031-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