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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3월호

CULTURE
[BOOK] 이 한 권의 책 | 다시 마음을 세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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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하고 어느덧 봄을 맞이하는 시기, 연초에 세웠던 새해 계획이 벌써 흐지부지됐다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짐이 흔들렸다고 해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삶의 속도를 조절하기에 봄은 오히려 더 적당한 시기다. 다시 마음을 붙잡는 데 도움을 줄 책 세 권을 소개한다.

 

김소민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산토끼 키우기
영국의 외교 정책 전문가인 저자가 팬데믹 기간 시골에서 우연히 만난 새끼 산토끼를 돌본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조심스럽고 다정한 태도로 돌봄을 이어 간다. 산토끼를 집으로 데려오면서도 야생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발 물러서 있으며, 끝내 이름조차 붙이지 않는다.
인간과 야생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공존하는 모습은, 무언가를 바꾸지 않아도 삶이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 책은 늘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압박에서 한발 물러나게 한다. 새해 계획이 어그러졌다고 느낄 때, 당장 다시 뛰기보다 잠시 멈춰 숨 고르는 법을 알려 주는 책이다. 

클로이 달튼 지음 | 이진 옮김 | 바람북스 | 244쪽 | 19,000원

 

세계 장례 여행
다양한 문화권의 장례 풍습을 소개하며 죽음을 단지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바라보는 시각을 전하는 책이다.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축제부터 필리핀 북부 절벽에 매달린 관,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의 두개골 컬렉션, 인도의 갠지스강 야외 화장까지 세계 곳곳의 장례 전통을 생동감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탐색한다.
저자는 장례를 단순한 이별의 의식이 아니라 남겨진 이들이 삶을 재정의하는 시간으로 바라본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곧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가 끝난다’라는 사실이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지금의 선택과 다짐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기준이 된다. 작심삼일로 끝난 계획 앞에서 허탈해질 때, 이 책은 지금의 하루가 얼마나 귀중한지를 일깨우고 방향을 잃은 다짐에 무게와 이유를 부여해 준다.

YY 리악 지음 | 홍석윤 옮김 | 시그마북스 | 192쪽 | 28,000원

 

도파민 가족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 사용이 가족 간 소통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짚는 책이다. 15년간 초등교사로, 이후 10년간 전국의 학교를 다니며 교육 전문가로 활동해 온 저자는 지하철에서 부모와 아이가 각자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풍경을 관찰하면서 대면 상호 작용의 부재가 가족 내 감정 표현 능력과 소통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문제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 간 소통을 되살리는 구체적 실천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일과를 녹음해 공유하는 ‘가족 음성 일기’나 저녁 식탁에서 ‘무반응 금지 게임’처럼 상대의 말에 반드시 반응하는 활동 등이다. 이를 통해 기술 중심의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인정하는 순간이 생겨난다.
새해 다짐이 쉽게 무너지는 이유가 의지의 문제라고 느껴 왔다면, 이 책은 시선을 바꿔 준다. 다짐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더 강한 결심이 아니라, 자극을 줄이고 관계와 일상을 정비하는 환경 설계에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목표보다 습관, 결심보다 구조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은경 지음 | 흐름출판 | 308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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