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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3월호

CULTURE
[트렌드] 2026년 공연예술계 살펴보기 | 2026년, 한국 공연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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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국 공연계는 역대 최대 규모의 내수 성장을 바탕으로 K-공연의 글로벌화가 기대된다. 2025년 국내 공연 시장 규모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티켓 판매액 기준으로 약 1조7325억 원(대중음악 9817억 원)을 기록, 2024년 약 1조4588억 원(대중음악 7569억 원)을 뛰어넘으며 다시 한번 최대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서울시무용단 <일무>가 미국 뉴욕에서 각각 토니상과 베시어워드를 받은 것은 국제적으로 K-공연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제 한국 공연계는 견고한 양적 성장을 이어 가되 질적 성장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장지영 국민일보 선임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1997년 국민일보에 입사해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현재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공연을 담당하면서 그 매력에 빠졌으며 지금은 다양한 예술 현장과 정책을 다루는 공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공연의 생존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K-뮤지컬의 진화는 계속된다
2025년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해로 기억될 것 같다. 티켓 판매액 기준으로 시장 규모가 5000억 원을 처음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 본격화된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이 아시아권에서 한국 중심의 ‘원 아시아 마켓’이란 말이 나올 만큼 일상화된 가운데 뮤지컬의 본고장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바로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박천휴-윌 애런슨 콤비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2025년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이런 성과는 올해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결정으로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 뮤지컬 지원 예산을 지난해 31억 원의 8배에 달하는 244억 원으로 편성했다. 무려 213억 원이 증가한 셈인데, 중대형 창작 뮤지컬 쇼케이스와 트라이아웃 기회 제공 등에 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 뮤지컬계의 창작이나 해외 진출이 소극장 뮤지컬에 몰려 있어서 산업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라인업을 보면 흥행의 중심은 여전히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국내 초연 디즈니 뮤지컬 <프로즌(겨울왕국)>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무대만의 시각 효과를 보여 준다. 또 폴란드 출신 여성 화가 타카라 드 렘피카의 삶과 예술을 그린 <렘피카>, 펍에 모인 남자 9명의 이야기를 그린 <콰이어 오브 맨>,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앨리샤 키스의 음악을 기반으로 제작된 주크박스 뮤지컬 <헬스 키친> 등의 초연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또 지난해 말 개막해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킹키부츠> <비틀쥬스> <물랑루즈> <렌트> <데스노트> <보니앤클라이드> 등과 함께 올해 <빌리 엘리어트>를 비롯해 <엘리자벳>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안나 카레니나> 등 스테디셀러도 관객과 만난다.

2026년 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들이 잇달아 한국 무대에 오른다. 3월에 초연하는 뮤지컬 <렘피카>(우), 7월에 공연하는 뮤지컬 <헬스키친>의 공연 장면

헬스키친 브로드웨이 공식 홈페이지 / La Jolla Playhouse's Prodution ⓒMatthew Murphy

 

정명훈‧조성진‧임윤찬의 아성과 20개 해외 악단 내한  
올해 국내 클래식계의 특이점이라면 오랫동안 한국을 찾지 않았던 명문 악단 20개의 내한이다. 가장 먼저 한국 관객과 만난 것은 현존 세계 최고(最古) 악단인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1월)로, 정명훈 지휘와 임윤찬 협연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임윤찬은 또 바로크 음악의 거장 스즈키 마사토가 지휘하는 오스트리아 실내악단 카메라타 잘츠부르크(6월), 마린 알솝이 이끄는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11월)와도 협연한다. 마린 알솝은 2022년 임윤찬이 우승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이자 악단 지휘를 맡았었다. 젊은 거장 라하브 샤니가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5월) 내한 공연은 조성진이 협연자로 나선다.

내한 악단들 가운데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가 이끄는 유토피아(11월)도 주목된다. 쿠렌치스는 파격적인 해석과 클래식계의 관행을 깨는 독특한 행보 그리고 록스타 같은 외모로 유명하다.

여기에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 국내 3대 악단의 도약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향이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과 3년 차를 맞이한 가운데 창단 70주년을 맞는 KBS교향악단은 2022년부터 계관 지휘자로 협력해 온 정명훈을 제10대 음악감독으로 맞았고, 국립심포니는 명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인 로베르토 아바도를 제8대 음악감독으로 선임했다. 세 악단은 각각의 음악감독 및 객원지휘자들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의 아성이 굳건한 가운데 압도적 존재감을 가진 거장들도 내한한다. 특히 피아니스트들의 인기 쏠림 현상이 주목된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을 시작으로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 마르타 아르헤리치, 드미트리 시쉬킨, 언드라스 시프, 비킹구르 올라프손,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니콜라이 루간스키 등이 내한한다.

(좌) 피아니스트 임윤찬 ⓒShin-Joong Kim+MOC / (우) 피아니스트 조성진 ⓒBen Wolf

 

말러 교향곡의 일상화와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150주년 
올해 국내 클래식계에서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는 1년 내내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이 연주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공개한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전국에서 20회 이상 연주된다. 

말러의 교향곡은 번호가 붙은 9번, 미완성의 10번 그리고 교향적 성악곡 ‘대지의 노래’를 합해 모두 11곡이다. 1시간이 넘는 긴 연주 시간, 많은 악기가 필요한 복잡한 구조, 성악의 적극적 사용이 특징으로 꼽힌다. 말러는 생전에 작곡가로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20세기 후반부터 그의 교향곡은 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의 필수 레퍼토리가 됐다. 한국에서는 1999~2003년 임헌정이 지휘했던 부천 필하모닉의 전곡 연주에 이어, 정명훈이 2006~15년 서울시향을 이끌며 말러 열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말러 탄생 150주년과 서거 100주년이 이어진 2010~11년에는 국내 악단들이 말러 연주에 앞 다퉈 도전했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말러 연주는 롯데콘서트홀이 개관한 2016년 무렵부터 꾸준히 연주되기 시작해 전국 악단으로 확산됐다. 특히 국내 양대 악단인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이 각각 2024년과 2025년부터 말러 사이클을 이어 가면서 다시 불이 붙은 모양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필요함에도 이제는 말러 교향곡이 국내에서 어렵고 특별한 레퍼토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편, 올해는 독일 오페라의 최고봉인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가 북유럽 신화와 게르만 전설을 토대로 직접 대본을 쓰고 작곡한 4부작 <니벨룽의 반지>가 전막 초연 150주년을 맞는 해다. <라인의 황금>(2시간 40분), <발퀴레>(5시간), <지크프리트>(4시간 45분), <신들의 황혼>(5시간 30분) 등 4부작 전체를 공연하는 데 나흘간 최소 16시간이 걸린다.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에서 150주년을 기념해 4부작을 올해 모두 공연하거나 올해부터 시작해 길게는 매년 한 편씩 공연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한국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1부 <라인의 황금>(10월)을 선보인 뒤 3년에 걸쳐 4부작을 모두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그리고 아드리앙 페뤼숑이 이끄는 부천필은 4부작의 하이라이트 장면의 곡만 연주하는 ‘바그너 하이라이트’(8월)를 선보이고, 정민이 이끄는 강릉시향은 콘서트 오페라 <라인의 황금>(12월)을 시작으로 4부작 연주를 이어 나가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백조의 호수> ⓒAlice Blangero

 

식지 않는 발레의 인기와 K-공연의 해외 진출
무용은 오랫동안 대중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비인기 장르였지만, 발레와 일부 스타 안무가들의 작품은 예외다. 특히 발레는 스타 무용수 팬덤과 취미 발레 열풍에 힘입어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올해에도 국립발레단, 서울시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 등 3대 공공 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을 시작으로 윤별발레단, 와이즈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등 민간 발레단들이 대표 레퍼토리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공연을 펼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초연 4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5월)이다. 한국 창작 발레를 대표하는 <심청>은 지금까지 12개국 4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된 바 있다.

거장 발레 안무가들의 작품도 한국을 찾는다. 베자르 발레 로잔 무용단이 대표작인 <볼레로> <불새>(4월) 등을 선보이는 데 이어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이끄는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LAC)>(5월)도 한국을 찾는다. 그리고 컨템퍼러리 발레와 현대무용을 넘나드는 스타 안무가들의 작품도 준비돼 있다. 웨인 맥그리거가 구글과 함께 인공지능 안무 툴 ‘AISOMA’를 창작 파트너로 삼아 만든 <딥스타리아>(3월)를 비롯해 크리스털 파이트의 <어셈블리 홀>(6월), 알렉산더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6월) 등이 소개된다. 이와 함께 국내 안무가로는 서울시발레단에서 강효형의 <대나무 숲에서>(5월)를 선보인다.

 

알렉산더 에크만 <한여름 밤의 꿈> ⓒLeszek Januszewski

 

또한 올해에는 K-공연의 해외 진출이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한 연극 <벚꽃동산>이 지난해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올해 미국과 호주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국립극단의 <헤다 가블러>와 <십이야>는 각각 싱가포르와 홍콩에 초청됐다. 또한 안은미컴퍼니의 <동방미래특급>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유럽 15개 도시 투어가 진행 중이며,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과 <사라지는 모든 것은>은 스페인에 초청됐다. 무엇보다 올해는 세계적인 공연 축제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이 공식 초청 언어로 한국어를 지정하고 그 일환으로 한국 작품들을 초청한다. 작품 라인업은 2~3월 중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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