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핑크 팬더, E.T., 피카츄, 심슨, 도리토스, 나이키, 크록스… 우리의 일상에서 익숙한 캐릭터와 사물은 캐서린 번하드(Katherine Bernhardt, 1975~) 작품 세계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들이다. 2000년대 초 뉴욕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번하드는 매일 일기를 쓰는 것처럼, 자신이 사랑하고 집착하는 모든 것을 화려한 색채와 강렬한 붓질로 대형 캔버스 위에 끊임없이 기록해 왔다. 미디어를 통해 만나는 대중문화와 일상 속 소비문화를 포괄하는 전방위적 주제는 작가의 창작을 거쳐 새로운 회화적 맥락으로, 유쾌하고 긴장감 넘치는 시각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글·사진 UNC갤러리
©Wil Driscoll, Courtesy of UNC Gallery, 2025
무엇이든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회화라는 매체에 대한 믿음은 캐서린 번하드를 현대미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역동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번하드는 틀에 박힌 규칙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각을 믿고, 형식보다 직관을 우선하며, 회화라는 매체가 지닌 자유를 관철해 왔다. 번하드의 회화는 정리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라기보다 한 예술가의 개인적 경험과 시대적 감각이 자유롭게 뒤섞이는 실험의 장에 가까우며, 동시에 이미지 과잉의 동시대 시각 환경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기록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번 전시의 소제목인 <모델, 뮤지션, 모로코, 마법, 연보라, 괴물 그리고 빨강 models, musicians, Morocco, magic, mauve, monsters and magenta>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전시에서는 알파벳 ‘M’으로 시작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가의 작업 세계에 담긴 무한한 에너지와 상상력을 만나 볼 수 있다. 불규칙하게 나열된 이 일곱 가지 핵심 키워드는 작가가 구축해 온 화려하고도 역동적인 서사를 대표한다.
전시는 작가의 삶과 작업에 영향을 준 주요 작업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 ‘슈퍼모델과 캐서린 번하드의 시작’에서는 슈퍼모델, 스와치, 모로코 카펫 시리즈를 통해 인물에서 사물, 패턴 회화로 확장되는 초기 작업의 흐름을 살펴본다. 두 번째 섹션 ‘정글, 새로운 패턴 회화의 탄생’은 푸에르토리코의 열대적 색감과 뉴욕의 그라피티 문화가 결합하며 번하드 특유의 패턴 회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 번째 섹션 ‘피자, 나이키, 토일렛 페이퍼’에서는 일상과 소비문화 속 사물들이 회화의 중심으로 들어오며, 익숙한 이미지가 반복과 변주를 통해 새로운 시각적 리듬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Pink Panther + Scotch Tape + Green Plantains, 2019, Acrylic and spray paint on canvas, 304.8 x 609.6cm
ⓒ Katherine Bernhardt, Courtesy artist and David Zwirner
이어 네 번째 섹션 ‘현대미술이 된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에서는 포켓몬, 바트 심슨, 가필드 등 친숙한 캐릭터들이 과감한 색채와 화면 구성 속에서 현대미술의 언어로 재해석된다. 마지막 섹션 ‘예술이 자라는 곳’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번하드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으로, 그녀의 작업에 영감을 준 다양하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1997년 그녀가 가장 처음 그린 E.T.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된 뒷이야기, 네모난 초록 샤워실과 ‘이 세상에 똑같은 핑크는 없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핑크 팬더 작업 등 작가의 창의적 세계와 개인적인 삶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볼거리가 가득할 예정이다.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화가이자, 회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하며, 하나의 문화적 기호로 자리 잡은 캐서린 번하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 그릴 것인가에 대한 그녀의 끊임없는 고민과 도전적인 태도는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현대미술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이번 전시는 번하드의 자유로운 회화적 태도를 직접 체감하는 자리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시각 언어를 새롭게 감각하고, 예술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지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26 여름특별기획전 <캐서린 번하드 특별전>
일시 | 7월 3일(금)~9월 6일(일)
장소 |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
문의 | 031-783-8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