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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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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3]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 달빛 아래 깨어난 순백과 어둠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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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순백의 날갯짓으로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훔친 공연이 있다. 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다. 숱한 버전이 있지만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빚어낸 국립발레단 공연은 고전의 틀을 빌려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심리극으로 이름이 높다.

 

윤대성 월간 <댄스포럼> 편집장 |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줄거리는 익히 알려진 고전의 문법을 따른다. 성년식을 맞은 지그프리트 왕자가 우연히 호숫가에서 악마의 마법에 걸린 백조 오데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악마 로트바르트의 계략과 흑조 오딜의 유혹에 넘어가 약속을 어기게 된다는 하룻밤의 환상담이다. 그러나 그리고로비치는 이 익숙한 내러티브 아래 심리적 장치를 숨겨 뒀다.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한 인격 내부에 공존하는 선악의 균열을 다루듯, 이 작품 역시 인물을 대립시키는 이분법을 내면화한다. 본래 거대한 올빼미 형상을 한 숲의 괴물이었던 로트바르트는 그리고로비치의 손에서 왕자 내면의 어둠이 투영된 ‘악의 정령(Evil Genius)’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는 지그프리트의 그림자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또 다른 자아이다. 즉, 무대 위 갈등의 실체는 외부의 적이 아니라 왕자의 영혼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투쟁인 셈이다. 

실제로 그리고로비치는 1975년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남성 무용수에게 발레리나와 대등한 비중을 부여하기 위해 새로운 안무를 상당 부분 추가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시선의 변화는 지그프리트의 캐릭터를 호기롭게 숲을 누비는 주체에서 운명에 휘둘리는 수동적 인물로 바꿔 놓는다.

클래식 발레에서 보기 드문 ‘남성 듀엣’도 이러한 해석에서 탄생했다. 1막 2장, 일명 ‘그림자 춤’에서 왕자는 그의 동작을 조종하듯 겹쳐 내는 로트바르트의 힘에 의해 호숫가로 이끌려 간다. 자신을 심연으로 이끄는 존재가 사실은 자신의 어두운 욕망이 형상화된 분신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 채 걸음을 옮기는 춤이다.

마치 지킬이 하이드에게 잠식당하듯 왕자의 여정은 빛이 아닌 자신의 어둠을 대면하는 길로 이어진다.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될 호숫가가 내면의 가장 깊은 그림자에 의해 인도된 공간이라는 점은 국립발레단 버전이 지닌 독특한 역설이다.

 

 

그리고로비치는 고전의 정수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24마리 백조가 만드는 기하학적 대칭은 프티파-이바노프 원안무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충실히 따른다. 달빛 아래 정렬된 순백의 대열은 지그프리트가 매혹된 환상의 공간을 시각화한다. 2막 1장에 등장하는 흑조 오딜과 지그프리트의 그랑 파드되는 왕자가 자신의 그림자에게 휘둘리는 위기의 순간으로서, 가장 화려한 춤으로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음악적 차이도 있다. 그리고로비치는 차이콥스키가 직접 쓰지 않은 후대 삽입 음악을 제거하면서 안무를 시작했다. 차이콥스키의 악보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차례 손질되어 왔기 때문이다.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음악 순서도 2막 1장의 파드되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로잡았다. 음악과 안무가 긴밀하게 맞물린 구성은 심리적 여정을 설득력 있게 따라가면서도, 고전발레 특유의 형식미와 시각적 쾌감을 놓치지 않는다.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일시 | 6월 12일(금) 오후 7시 30분, 13일(토) 오후 3시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문의 |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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